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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20µm)와 경계(150µm): 공간 지표가 치료 반응을 갈라놓는 순간

나
나권중 - 3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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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같은 1기, 다른 운명”으로 돌아가며

지난 글에서 저는 TNM 병기가 훌륭한 평가 방법이지만, 종양의 설계도—즉 종양 미세환경(TME)의 생물학—까지는 말해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설계도는 종종 병기나 단일 바이오마커 한두 개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임상 현장과 신약개발에서 정말 어려운 지점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차이가 치료 반응과 재발/저항의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그 설계도를 읽는 데 필요한 문법을 두 개의 숫자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 20µm: 여느 세포가 종양세포를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작동 거리

  • 150µm: 종양과 기질이 맞닿는 경계에서 치료 반응이 갈리는 관문

 

“면역세포가 있다”에서 “면역세포가 닿는다”로 전환

면역치료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종양 내 면역세포를 세고, TIL을 계산하고, PD‑L1을 읽어왔습니다. 그것은 환자의 치료 방향을 평가하는데 큰 진전이었지만, 임상에서는 역설적인 상황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면역세포는 많은데, 반응이 없다. 면역세포는 있는데, 종양세포는 살아남는다.

이 역설은 대부분 양(quantity)이 아니라 배치(architecture)의 문제입니다. 면역세포가 종양 주변을 맴돌고만 있다면, 혹은 종양-기질 경계에서 막혀 있다면, 숫자는 높아도 작동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간생물학이 신약개발에 강력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공간 데이터는 예측을 넘어, 왜 반응이 없었는지를 설명 가능한 형태로 바꿉니다.

 

거리 20µm: 치료의 반응은 ‘존재’가 아니라 ‘근접’에서 시작된다

최근 유방암 neoadjuvant therapy 코호트에서 CD8+ T cell이 종양세포로부터 얼마나 가까운지를 거리별로 정량화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종양세포 주변 반경 5–50µm 범위를 비교했고, 그중에서도 “종양세포 20µm 이내에 위치한 CD8+ T cell의 비율/수치”가 pCR, DFS, OS와 강하게 연관된다고 보고했습니다. (Liang et al., Spatial proximity of CD8+ T cells to tumor cells predicts neoadjuvant therapy efficacy in breast cancer, npj Breast Cancer (2025))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20µm라는 숫자라기 보다는 spatial proximity 라는 개념입니다.

  • 치료 반응의 핵심은 “세포가 있다/없다”가 아니라 “세포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거리’에 배치되어 있느냐”이다.

  • 같은 CD8이라도, 공간적으로 종양 코어 깊숙이 들어가 종양세포와 접촉 가능한 CD8과 경계 밖에서 맴도는 접촉 불가능 CD8은 전혀 다른 임상적 의미를 갖는다.

신약개발 관점에서 이 개념은 아주 매력적이며, 이전의 데이터 (bulk, single cell 등)로는 알 수 없었던 정보입니다.
왜냐하면 “근접”은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치료의 작동 원리와 곧장 맞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면역세포가 종양세포에 가까이 가는 과정에는 혈관-기질-케모카인-면역억제 네트워크가 모두 얽혀 있고, 그 중 어디가 문제가 되는지를 거리 지표가 힌트로 줄 수 있습니다.

 

경계 150µm: tumor–stroma boundary는 면역의 관문이 된다

이제 두 번째 숫자, 150µm입니다.

대장암에서 면역관문억제(anti‑PD‑1 등) 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종양-기질의 접점인 tumor–stroma boundary(0±150µm)를 기능적 구획으로 정의하고, 그 경계의 공간 조직(spatial organization)과 면역 상태가 immunotherapydml 반응과 연관됨을 제시한 연구가 있습니다. (Feng et al., Spatially organized tumor-stroma boundary determines the efficacy of immunotherapy in colorectal cancer patients, Nature Communications (2025))

반응군에서 경계는 면역 활성화에 유리한 상호작용(예: LAMP3+ DC와 CXCL13+ T cell의 근접/상호작용)이 관찰될 수 있는 반면, 비반응군에서는 CXCL14+ CAF가 ECM을 재구성해 구조적 장벽(structural barrier)을 형성하는 방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여기서 경계는 단순한 해부학적 선이 아니라, 치료가 통과해야 하는 물리적·생물학적 관문입니다. 종양세포를 둘러싼 기질, 섬유화, 콜라겐, 혈관 구조, 면역억제 세포의 배치는 모두 이 관문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킵니다. 즉, 경계를 읽으면 왜 면역세포가 들어오지 못했는지가 보이고, 이는 곧 어떤 병용 전략이 논리적인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면역세포가 100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단순히 갈아서 분석하는 검사는 "면역세포가 많으니 예후가 좋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실제 공간(Spatial)을 들여다보면, 그 면역세포들이 암세포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겉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들이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종종 면역세포가 아닌 다른 곳에도 숨어 있습니다.

 

ADC / RPT / TCE와 Spatial Biology: 같은 숫자가 다른 모달리티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공간의 문법(거리·경계)은 IO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달리티가 다양해질수록 공간 데이터의 가치가 커집니다.
ADC는 표적 발현량(H‑score 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동성이 큽니다. 표적이 얼마나 있느냐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분포(patchy vs diffuse)하는지, 주변의 기질 장벽이 어떤지, 혈관과 타겟과의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전달과 효과가 갈릴 수 있습니다.
RPT는 평균 섭취량(mean uptake)만으로는 실제 종양 내 미세선량(microdosimetry)과 생물학적 반응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경계/혈관/저산소 니치가 전달과 반응을 바꿀 수 있고, 공간 데이터는 어디에 에너지가 전달되었는지라는 질문을 더 정밀하게 만듭니다.
TCE는 말 그대로 “세포와 세포를 잇는 약”입니다. 그러면 핵심은 결국 세포끼리 연결이 형성될 수 있는 거리/장벽 조건입니다. 같은 타깃, 같은 T cell이라도, 경계가 막혀 있으면 브릿지는 실패합니다.

요약하면, 모달리티가 달라져도 질문은 같습니다.

“약이 작동하기 위한 ‘거리’는 확보되었는가?” “작동을 가로막는 ‘경계/장벽’은 무엇인가?”

 

결론: 20µm와 150µm는 숫자가 아니라, 신약개발의 ‘질문’이다

오늘 제가 제시한 20µm와 150µm가 절대적인 신약 개발의 컷오프는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종양을 이루는 세포들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라는 것이 약물 반응, 저항성 등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며, 이 숫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강력합니다.

  • 면역세포가 종양세포에 닿을 수 있는가? 혈관은 타겟과 가까이 있는가?

  • 경계는 관문인가, 장벽인가?

  • 저항은 어떤 세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와 공간적 거리의 문제인가?

공간생물학이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검사가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치료 반응의 조건입니다. 그리고 그 조건을 인간 데이터 위에서 더 빨리, 더 명료하게 정리할수록 신약개발의 불확실성은 줄어듭니다.

Portrai의 관심은 바로 그 지점—현미경 너머의 공간을 ‘결정 가능한 언어’로 만드는 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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