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전사체의 대중화는 공간 데이터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바꾸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공간전사체 결과를 처음 접하면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조직 안에서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위치가 드러나고, 같은 종양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생물학적 상태가 공존하는 모습이 보인다. 기존의 벌크 분석이나 단일세포 분석에서는 사라졌던 공간적 맥락이 복원된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연구개발 회의에서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대개 단순하다.
“이 결과로 어떤 결정을 다르게 내려야 하는가?”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은 분명한 과학적 가치다. 하지만 ‘더 나은 결정을 한다’는 사업적 가치는 별도의 증명을 요구한다. 공간전사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려면 새로운 현상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패 비용이 큰 선택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좋은 application은 결정에서 출발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공간전사체가 바꿀 수 있는 결정은 다양하다. 어떤 표적이 암세포에는 높고 정상조직에는 낮은지, 어떤 항체가 종양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지, ADC의 linker와 payload가 종양미세환경에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다. 방사성의약품(RPT)에서는 표적 분포와 정상장기 독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고, T세포 인게이저(TCE)에서는 표적 세포와 T세포의 거리 및 공간적 접촉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약물이 어디까지 전달되는지를 다루는 약동학(PK), 조직 안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다루는 약력학(PD), 독성 가능성 및 환자 선별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때 구매자는 굉장히 복잡한 얼굴을 가진다. 표적을 선택하는 연구책임자, 후보물질을 비교하는 개발팀,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조직이 서로 다른 질문과 예산을 가진다.
빅테크 기업에는 또 다른 application이 존재한다. 조직 이미지와 세포 위치, 유전자 발현, 자연어 지식을 함께 학습하는 vision-gene-language를 연결하는 foundation model은 생물학적 AI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데이터 규모만으로 좋은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습 데이터의 다양성, 임상적 맥락, 라벨 품질과 사용 권한이 함께 확보되어야 한다.
정부의 관점에서는 암·면역질환 지도, 3차원 인체 atlas, 바이오 안보 및 국가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가 중요한 application이 될 수 있다. 공공 프로젝트는 개별 제품의 수익성보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주권과 장기적인 연구 기반을 중시한다. 반면 구축 기간이 길고, 사업 종료 후 유지·활용 체계가 약하면 거대한 데이터가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위험도 있다.
같은 기술도 시장은 다르다
Application이 다르면 구매자와 사용 빈도, 기존 대안과 지불 의사도 달라진다.
일회성 기전 연구라면 프로젝트 단위의 분석 서비스가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후보물질을 반복적으로 비교하거나 여러 암종의 표적을 평가하는 경우에는 데이터가 추가될 때마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전자는 전문성과 맞춤형 해석이 핵심이고, 후자는 표준화된 workflow, 처리 속도, 비교 가능성과 재현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연구용 서비스 매출이 증가한다는 사실만으로 mass adoption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진정한 전환은 고객이 새로운 질문이 생길 때마다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대신, 기존 인프라 위에서 반복적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할 때 발생한다.
그렇다고 모든 분석을 플랫폼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희귀암, 새로운 modality 또는 탐색 초기 단계처럼 질문 자체가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분야에서는 전문가 중심의 맞춤 연구가 더 적합하다. 서비스와 플랫폼은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라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고 반복 가능한 workflow로 전환하는 연속선에 가깝다.
데이터에서 가상 실험으로
Portrai가 현장에서 얻은 학습도 데이터의 양보다 결정의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표적을 선택하더라도 항체의 결합 특성, linker의 절단 조건, payload의 효능과 확산성, 혈관 및 표적 세포의 공간적 배치에 따라 실제 전달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 유래 공간전사체 데이터와 조직 수준의 microscopic PK/PD 모델을 연결하고 있다. 목표는 특정 약물이 성공한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조건은 유지한 채 표적, affinity, linker, payload 또는 DAR을 바꾸었을 때 조직 내 전달과 반응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비교하여, 실험해야 할 후보의 우선순위를 좁히는 것이다. (참조: https://link.portrai.io)
이 접근법에도 한계는 있다. 모델은 입력 데이터와 가정의 품질을 넘어서기 어려우며, 혈류·단백질 발현·약물 대사와 같은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실제 생체 내 결과와 달라질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더 나은 실험을 선택하게 하는 도구로 출발하며, 점차적으로 실험의 경우의 수를 줄이더라도 더 나은 결과로 우리를 안내한다.
5년 뒤의 세 가지 가능성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공간 데이터가 후보물질 설계와 환자 선별 과정에 내장되어, 조직 기반 가상 실험이 신약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이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모든 영역보다 ADC, RPT, TCE처럼 표적의 위치와 주변 세포의 구성이 약효와 독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분야에서 먼저 반복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application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데이터와 이미지는 계속 늘어나더라도 공간전사체는 일부 전문가를 위한 고급 연구 도구에 머물 수 있다.
Mass adoption begins when spatial data changes a decision, not when it produces a more impressive image.
의사결정을 바꾸는 application을 만들기 위해서는 알고리즘보다 먼저 다양한 환자의 고품질 조직과 임상적 맥락이 필요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그룹이 경쟁력을 가져갈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공간전사체의 가장 희소한 원재료인 tissue와 cohort가 왜 단순한 샘플 이상의 문제인지 살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