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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타겟, 다른 운명: ADC의 공간 약리학

나
나권중 - 5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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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타겟을 두드리는데, 왜 결과가 다른가?

항체-약물 접합체(ADC)는 지금 가장 뜨거운 항암 치료 모달리티입니다. 2026년 글로벌 ADC 시장은 $15B을 넘어섰고, 파이프라인에만 200개 이상의 후보물질이 경쟁 중입니다. 그런데 ADC 개발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같은 타겟을 겨냥한 두 약물이 전혀 다른 임상 결과를 보여줄 때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사례가 바로 TROP2를 타겟으로 하는 ADC들입니다. 현재 임상에서 경쟁 중인 두 TROP2-ADC를 비교해 봅시다:

  • ADC-A: pH 의존적 가수분해형(hydrolyzable carbonate) linker를 사용하며, 세포막 투과성이 높은 topoisomerase I 억제제를 payload로 탑재

  • ADC-B: Protease 절단형(tetrapeptide cleavable) linker를 사용하며, 다른 계열의 topoisomerase I 억제제를 payload로 탑재

둘 다 TROP2에 결합하고, 둘 다 topoisomerase I 억제제 계열의 payload를 가집니다. 그러나 임상 결과는 예상 밖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 폐 선암(Lung Adenocarcinoma): ADC-B가 ADC-A 대비 유의미하게 높은 종양 내 payload 농도를 달성

  • 삼중음성유방암(TNBC): 일부 아형(subgroup)에서는 오히려 ADC-A가 ADC-B보다 더 효율적인 payload 전달을 보임

같은 타겟, 비슷한 payload 계열.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기존 ADC 개발의 통념 — "타겟 발현량이 높으면 약효가 좋다" — 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답은 종양 조직이라는 공간(Space) 안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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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HER2가 모두 강양성으로 발현되는 암이지만, spatial expression pattern이 다른 유방암 예시 (Ma et al. Cancer cell 2025)


ADC가 작동하는 공간: 세 가지 숨겨진 변수

ADC의 약효를 결정하는 요인은 타겟의 양만이 아닙니다. 공간생물학(Spatial Biology)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데이터로는 보이지 않았던 몇 가지 핵심 변수가 드러납니다.

1. 혈관-타겟 거리 (Vessel-to-Target Distance)

ADC는 정맥주사로 투여됩니다. 즉, 약물은 혈관을 통해 종양에 도달해야 합니다. 아무리 타겟 발현이 높아도, 혈관에서 타겟 발현 세포까지의 거리가 멀면 약물은 도달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공간 전사체 데이터에서 혈관 내피세포 마커(예: PECAM1, VWF)와 타겟 유전자(예: TROP2, HER2)의 공간적 거리를 정량화하면, 같은 H-score를 가진 종양이라도 약물 접근성이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IHC나 bulk RNA-seq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정보입니다. 종양을 갈아서 분석하면 "TROP2가 높다"라는 결론만 남지만, 공간을 보면 "TROP2가 높지만 혈관에서 멀어 약물이 도달하기 어려운 구역이 넓다"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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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혈관 (red color) 로부터 거리가 멀어질 수록 Antibody 계열의 약물의 농도 (초록색)이 낮아지는 것을 보이는 실험 결과의 예 (Kopp et al., Biorxiv 2024)

2. Linker-절단 효소의 공간 분포 (Spatial Distribution of Linker-Cleaving Enzymes)

ADC의 작동 원리에서 종종 간과되는 핵심 요소가 있습니다. Linker가 종양 내에서 실제로 절단되어야 payload가 방출된다는 점입니다. Linker 절단은 특정 효소(protease 등)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효소의 발현이 타겟과 같은 공간에 있는지가 약물 방출 효율을 결정합니다.

ADC-A의 linker는 pH 의존적 가수분해형이고, ADC-B의 linker는 protease 절단형입니다. 두 linker의 방출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종양 미세환경 내 효소 분포와의 공간적 매칭이 중요합니다. 공간 전사체 데이터를 활용하면, 같은 타겟 발현량을 보이는 종양이라도 linker-효소 매칭의 공간적 패턴에 따라 payload 방출 효율이 수 배 차이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Bystander Effect의 공간적 범위 (Spatial Range of Bystander Effect)

ADC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bystander effect — 타겟을 발현하지 않는 주변 암세포까지 죽이는 능력입니다. Payload가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 인접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이 현상은, 타겟 발현이 heterogeneous한 종양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bystander effect의 "범위"는 payload의 물리화학적 성질(세포막 투과성, 반감기 등)에 따라 달라지며, 이 범위가 종양 내 타겟 음성 클러스터의 크기보다 작으면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합니다.

공간 데이터에서 타겟 고발현 영역과 저발현 영역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면, 해당 종양에서 bystander effect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에서 이 공간적 거리 지표와 실제 임상 반응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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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Bystander Effect Spatial Coverage. Antibody의 distribution 및 혈관의 distribution (초록, 보라색)에 비해 payload의 bystander effect에 의한 distribution (빨간색)이 더 넓게 퍼지는 것을 볼 수 있음. (Wei et al., Clin Can Res 2024)


그래서, 두 TROP2-ADC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이 세 가지 공간적 변수를 통합적으로 보면, 두 ADC의 임상 결과 차이가 설명되기 시작합니다.

폐 선암에서 ADC-B가 우세한 이유:

  • 폐 선암의 TROP2 발현은 비교적 혈관 근접 영역에 집중되어 있어, ADC 접근성이 좋음

  • ADC-B의 protease 절단형 linker와 매칭되는 효소가 종양 영역에 풍부하게 공존

  • 결과적으로 종양 내 더 넓은 영역에서 payload가 활성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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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Portrai 내부 자료. Lung adenocarcinoma에서 ADC-A와 ADC-B에 대해 TME-PKTM model을 적용해 payload concentration 결과를 산출한 것으로, ADC-B에서 유의하게 높은 약제 전달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타겟 발현량 = 약효"가 깨지는 이유

지금까지 ADC 개발은 비교적 단순한 공식을 따라왔습니다.

  1. 타겟이 종양에 많이 발현되는가? → IHC H-score

  2. 타겟이 정상 조직에는 적은가? → Safety margin

이 두 가지를 충족하면 "좋은 ADC 타겟"이라고 판단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 공식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블로그에서 저는 “거리(20µm)와 경계(150µm)”라는 두 숫자가 면역항암 반응을 어떻게 갈라놓는지 이야기했습니다. ADC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나 있느냐"에 더해서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느냐"가 약물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공간생물학이 ADC 개발에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 타겟은 혈관에서 도달 가능한 거리에 있는가?

  • Linker를 절단하는 효소는 타겟과 같은 공간에 있는가?

  • Bystander effect의 범위는 타겟 음성 클러스터를 커버하기에 충분한가?

  • 이 모든 조건은 암종별, 환자별로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종양을 갈아서 평균값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종양이라는 공간 위에서 약물의 여정을 추적해야 합니다.


공간 위에서 약물의 여정을 시뮬레이션하다

이러한 공간적 변수들을 실제로 통합하여 약물의 종양 내 행동을 예측하는 접근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환자의 공간 전사체 데이터 위에서 ADC의 결합(binding) → 내재화(internalization) → linker 절단(cleavage) → payload 방출(release) → bystander 확산(diffusion)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이런 종양 미세환경 약물동태(TME-PKTM) 모델링 접근은 몇 가지 강력한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 동일한 타겟에 대해 linker나 payload를 바꾸면 종양 내 약물 분포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 특정 환자의 종양에서 어떤 ADC 디자인이 최적인가?

  • 기존 ADC가 실패한 종양에서 어떤 파라미터를 조절하면 개선이 가능한가?

이것은 더 이상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 환자 조직의 spatial transcriptomics 데이터와 약물의 물리화학적 파라미터를 결합하면, in silico에서 ADC의 공간적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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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Portrai 내부 자료. TME-PKTM modeling.


결론: ADC 개발의 다음 언어는 '공간'이다

ADC는 "정밀한 약"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ADC 개발은 정작 가장 중요한 정밀함 — 종양 조직 내에서 약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서 작동하는가 — 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공간생물학은 이 빈칸을 채워줍니다. 타겟의 양이 아니라 배치, linker의 화학이 아니라 절단이 일어나는 위치, payload의 독성이 아니라 도달 범위. 이 모든 것은 공간 데이터 위에서만 정의되고, 측정되고, 최적화될 수 있습니다.

$15B 시장에서 ADC들이 같은 타겟을 두고 경쟁하는 시대. "같은 타겟, 다른 운명"의 비밀은 더 이상 블랙박스가 아닙니다. 답은 종양이라는 공간 위에 이미 쓰여져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References

  1. Ma D, Dai LJ, Wu XR, et al. Spatial determinants of antibody-drug conjugate SHR-A1811 efficacy in neoadjuvant treatment for HER2-positive breast cancer. Cancer Cell. 2025;43(6):1061-1075. DOI:10.1016/j.ccell.2025.03.017

  2. Rubahamya B, Dong S, Thurber GM. Clinical translation of antibody drug conjugate dosing in solid tumors from preclinical mouse data. Science Advances. 2024. DOI:10.1126/sciadv.adk1894

  3. Kopp A, Dong S, Kwon H, et al. In vivo Auto-tuning of Antibody-Drug Conjugate Delivery for Effective Immunotherapy using High-Avidity, Low-Affinity Antibodies. Biorxiv 2022. doi:10.1102024.04.06.5884331/

  4. Wei Q, Yang T, Zhu J, et al. Spatiotemporal Quantification of HER2-targeting Antibody-Drug Conjugate Bystander Activity. Clinical Cancer Research. 2024;30(5):984-997. DOI: 10.1158/1078-0432.CCR-23-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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